개발자 도전기- 처음 시작을 떠올려 본다.

명절이 되니 처음 개발자가 되겠다고 했던 그 때가 떠오른다.
내가 개발에 대해 흥미를 갖기 시작한 건 아이들이 하는 블록 코딩
(드로그 앤 드롭으로 코딩 블록을 완성하는 코딩 게임)을 처음 접하고 나서부터 였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게 있을까?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 당시 개발과 전혀 관련 없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나이도 서른이었다.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하기 위해 혼자서 공부와 회사 일을 병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고, 학원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개발자로 첫발을 내딛어야 겠다고
결심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회사의 상사와 일부 사람들로부터
“전공자도 아닌데 네가 무슨 개발자가 된다고?”
“지금 개발 공부한다고 해서 그 나이에 널 신입으로 뽑겠니?”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나의 가족과 친한 친구들은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그렇게 좋아하고 원한다면 해보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응원해주었다.

누군가는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어디선가 듣고,
“그 직업은 이렇다더라.”라든가, “내가 못했는데 네가 할 수 있을리가 없지.”
라는 식으로 쉽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승진과 연봉 상승을 제시했고, 갈림길에 놓였을 때 생각했다.
‘내가 이 세상 떠나는, 눈 감는 순간에 이 일을 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을까?’
후회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하지 않는다면, 정말 큰 후회로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해서 만약 개발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마음 가는 대로 해보자.’ 라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도전을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국비 지원 학원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국비 지원 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일주일에 3 ~ 4일 밤을 새고
나머지 날들에는 2 ~ 3시간 자면서 공부했다.
이렇게 공부해도 내 실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 학원에서 내가 제일 못했었다.

그 못한다는 수준이 어느 정도였냐면,
처음에 자바 문제를 주면 뭐부터 써야하는지 몰라서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다.
강의실에 타닥타닥-!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옆 사람들은 문제를 푸는데
난 그 어떤것도 칠 수 없었다.
프로그래밍적인 사고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건 단기간에 시간을 많이 쏟아붓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넌 프로그래밍쪽으로 재능이 없으니 그만두는 게 낫지 않겠니?’라는 얘기도 들었다.
처음에는 내가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느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난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사로 잡혔다.
그 부담감으로 더 힘든 게 사실이었다.

일주일에 3 ~ 4일 밤을 새기를 3개월 지속했더니 심장에 이상이 왔다.
대학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더니, 이렇게 잠 안자면 급성 과로사로 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학원을 그만 두고, 바람도 쐬고 휴식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내가 너무 프로그래밍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 한 건 아닐까?
내가 왜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었는가, 그 시작을 생각해 보았다.
처음 그렇게 즐겁고 행복해했던 그 때를 떠올려 보았다.
‘그래, 마음을 비우자. 이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그 지식들이 연결되는 날이 오겠지.
아직 그 때가 안온 것 뿐이야. 언젠간 되겠지.’

이 위기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일은 눈 뜰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오늘 하루가 주어졌다는 것을 감사할 줄 알게 되었고,
버스 창 밖으로 비치는 햇살의 따스함을 오롯이 느낄 줄 알게 되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집중하고 함께 할 수 있어 행복감을 느꼈다.
그렇게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 내 두 다리로 자유롭게 어디든 걸어다니고
자연을 느끼며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다른 학원에 가서 다시 시작했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최선을 다하자.’
마음을 비우고 잠을 푹 자면서 5 ~ 6시간은 꼭 수면 시간을 지키면서 공부했다.
국비지원 학원을 다닐 당시에 급성으로 심장에 무리가 온 것이라,
지금은 건강하고 아무 이상 없어서 참 감사하다.

얼마전에 국비지원 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을 만났는데,
내가 개발자가 되어 일하고 있는 걸 보고 놀랍다고 했다.
프로그래밍을 이해하기 어려워했으니,
개발을 포기하고 개발자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실 개발자가 된 지금도 어려운 일들이 많다.
좌절도 많이 하고, 내 실력에 대해서 회의가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개발 공부를 할 수 있고,
그 공부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처음 다른 이들이 말했던 것처럼
나이가 많아서, 전공자가 아니라서 용기내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가끔은 내가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게 신기하다.
개발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만약 나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이 조그마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개발을 처음 공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과 과거의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얘기를 건네고 싶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너의 길을 가면 돼.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어.